15수능과 윤두창(23.6.25.)
대망의 15학년도 수능 등급컷은 국A 97 수학B 100 영어 98. 시험 당일 저녁에 인터넷에서 가채점 커트라인을 확인하면서 박근혜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가득 했다. 전국의 투과목(과학탐구2) 응시자와 재수생 상위권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요새 서울대 커트라인이 쓰레기 수준으로 박살나면서 이제야 나오는 반론이 "투과목 디메릿 때문에 서울대 인풋이 저평가되는 것이다. 요즘이 낮은 것도 맞지만 예전 인풋이 그 디메릿을 씹을 정도로 높았다고도 볼 수 있다."라는 재평가이다. 여기서 투과목 디메릿이란, 과학탐구 8개 선택과목 중에 2개만 응시하는 제도로 인해 어떤 선택과목 1등급들의 평균 능지가 다른 선택과목 4등급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물리/화학이나 투과목처럼 대학 진학 후에도 그나마 쓸모가 있는 선택과목일수록 뛰어난 경쟁자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불리한 구조였다. 14수능을 기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나구과학1로 몰린 원리가 이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과탐 과목 간 유불리가 가장 심하면서도 국수영의 변별력이 거세된 15수능이 앞서 언급한 서울대 입결 디버프의 정점이었다. 또한 국수영 허섭스레기들이 과탐 블루오션 과목의 수혜를 받고 물수능 뽀록 터져서 이과 2% 언저리로 의대 들어가는 어이없는 경우가 제일 많은 해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명절에 큰집에 가면 어르신들이 왜 sky 안 가고 지방대 의대 갔냐고 하시는 거 억울하다. 우리가 서울대보다 높은데 징징징" 하는 글이 제일 많이 양산되던 것도 저 시기였다. 어떤 집단은 예나 지금이나 대학 진학 후에 수능 얘기 하는 것 자체가 낯부끄러운 행위라는 강박으로 서로서로를 병적으로 검열하는 반면에(입학처든 동문이든 그렇게 선비질한 결과가 모두가 수치스러워하는 23입시이다), 어떤 집단들은 저러한 단체 피해의식을 공유하면서 부둥부둥하는 온정적인 분위기였다. 지금은 패권경쟁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저런 징징글이 안 올라올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저런 마인드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에 블라인드 같은 데에다 수입 인증을 하는 애들이 주작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걔들이 나이 먹고 돈 벌 시기가 된 게 쟤들이다.
다만, 15~16학년도에만 해도 인터넷강의 1타강사의 독과점 양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범한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이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컸다. 현우진도 오늘의 현우진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 시기에 물수능 기조가 아닌 이상에야 현역이 재수생을 이기거나 비수도권이 서울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능의 본 취지는 '학생 개인의 고유 능지와 대처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는데, 사교육이 '기출 유형 분석 떠먹여주기'로 overfit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러한 어뷰징을 막을 필요는 있었다. 물론 그걸 보정해 보려고 15수능처럼 내는 데엔 개인적으로나 대승적으로나 찬성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명박이 범교과 수능을 EBS 교과수능으로 오염시키지만 않았어도 사교육으로 인한 overfit이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 수리가형이 지저분해진 것도 12~13수능부터다.
윤석열이나 이주호가 수능과 사교육을 무력화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는 중국의 저출산 대응과 비슷해 보인다. 가계지출 중에 교육비의 비중이 과도한 게 동아시아의 유구한 특징인데, 부모의 '자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문제현상, 즉 '결과'에만 피상적으로 접근해서 그 현상을 찍어누르는 방식은 여태껏 그들이 노무현 등급제 수능이나 좌파 교육감들의 보편성 교육에 기를 쓰고 반대하던 것과 모순된다. 선별만을 위한 선별은 지양해야겠지만 지구상에 고등교육 기관이 선별을 하지 않는 선진 사회는 단 한 군데도 찾아볼 수가 없다. 20세에 입학하는 고등교육 기관이 인생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부여해줄 수 있다면, 선발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고도 사교육 치킨게임을 꺼뜨릴 수 있다.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령 보람이처럼 짜왕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 유투브로 막대한 외화를 쓸어담는 경우가 더욱 많이 조명되는 것이 있다. 그렇다. 한국은 석유, 관광처럼 땅 파서 장사하는 섹터가 너무 빈약하다. 어쩌다가 그런 게 하나 나오더라도 아담 스미스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선게들이 배 아파하기 일쑤이니 블루오션 신산업이 권장될래야 되기가 어려운 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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