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이 사법고시보다 우월한 제도다(2020.01.)
노씨야말로 진정한 시장자유주의 DNA를 가진 자가 아니었나 한다. 당시 한국사회 거대한 적폐였던 법룡인 rent와 사농공상 마인드를 박살냈다는 점에서. 법대-로스쿨 전환은 필연적으로 법조인 증원과 권위 하락을 야기하는데, 이것 자체만으로 사회적 효용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기 전에 공공과 노조의 지대를 짓밟아야 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까놓고 말해서 왜 법조인이 기업가나 엔지니어/리서쳐 머리꼭대기에 있어야 하고, 왜 일개 판사 나부랭이가 감히 삼성오너에게 혁신에 대한 훈장질을 하는 거지?
-생산적인 경쟁을 장려하는 유인구조
어떤 사회를 재단하는 데 유인보상구조만큼 간단하고 명확한 수단이 없다. 능력(가치 창출 정도)과 보상이 비례할 때 사회효용이 극대화하고 결과가 정의롭다는 점에서 시장경제가 정당성을 갖는다. 20세기 냉전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21세기 현재 더욱 자유화하려는 영국에게 사민주의 EU가 견제를 하려는 것도 시장자유가 체제경쟁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할 정도로 과열된 경쟁만을 위한 시험경쟁에서 승리한 후 rent-in하여 남한테 빨대 꽂고 복지부동하는 놈이 인생 승리자가 되어왔다. 이런 왜곡된 유인보상구조를 가진다는 점이 고질적인 폐단이다.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법조인의 수가 굉장히 적었다. 이는 사법시험에 붙기만 하면 막대한 파이를 거머쥘 수 있었음을 함의한다. 때문에 과열된 시험 경쟁과 장수생을 야기했고, 고시생활을 실패한 사람은 그 경력을 어디에도 살릴 수 없고 달리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요컨대 사법시험은 시험의 본 가치에 비해 과분한 보상을 누리는 극소수 승리자와 그 이면에 n배의 출구 없는 실패자를 양산했다. 이딴 게 신분상승의 사다리? 21세기 한국에서 일개 서민이 고시생활 몇년의 기회비용할 감당할 여유가 있는지를 이성적으로 따져 보면 사시 역시 중산층 이상의 리그라는 결론이 나올 거다. 차라리 위험부담이 작고 만인에게 공평한 로또를 신분상승의 사다리라고 부르자.
20세기 사법시험 배출학과 4위가 서울대 전기과였다. 하지만 나는 공대 출신 법조인이 공학적 소양을 어디 녹여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 사시는 입신양명의 수단일 뿐이었지, 딱히 법조인에 된 이후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소명의식을 부여하지 못했으니까. 당시 법조인이 되고 싶은 서울대 공대생이 공대 공부를 열심히 할 유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휴학하고 사시 패스하기도 팍팍해 죽겠는데 무슨 공부를 또 할 에너지가 나겠으며, 붙기만 하면 당시 법조인 수가 워낙 적어서 뭘 하든 날라다니는 인생인데 굳이 골 아프게 또 다른 분야에 통달할 유인이 있었을까.
반면 로스쿨에 들어가려면 학부 학점을 잘따야 한다. 학점을 잘 따려면 로시오패스들이 하듯이 클레임에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부 공부를 빠삭하게 하여 많은 지식을 주입해야 한다(물론 학점 때문에 쉬운 과목만 골라 들으려는 로스쿨 준비생이 많기도 하다). 그러니 변시에 붙으면 학부 주전공 지식과 법 지식을 모두 겸비한 법조인으로 거듭난다. 로스쿨에 떨어지거나 변시에 실패해도 최소한 학부 주전공 지식은 남으니, 그걸로 공기업을 준비하든가 알아서 출구전략을 찾으면 된다.
요컨대 사법시험은 다른 생각 다 제쳐두고 입신양명을 위한 법 공부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지가 뭘 잘하는지 지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샌님을 양산한다. 반면 로스쿨은 법 실력은 다소 딸리더라도 다양하고 탄탄한 배경지식을 가진 법조인을 배출한다. 그리고 딸리는 법 실력은 자유시장경쟁 필드에서 구르면서 도태가 되든 실력을 보완하든 하면 된다. 특히나 사회가 정교화하는 21세기에 법만 잘 아는 백면서생은 역량의 한계가 짙다. 사시 출신 판룡인들이 현실감각이 없고 필드의 첨예한 쟁점을 다루는 사안에서 종종 무능이 드러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국회에 범람한 수준 미달의 사시오패스들
민변 출신 꿘들의 현실 인식 수준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시장자유주의를 표방한다는 제1야당에도, 사법시험 합격 완장 하나로 평생 rent 빨아먹은 판검들이 라인 타고 올라온 꼴을 볼 수 있다. 왜 이 나라가 아직도 관치의 늪에서 못 벗어나는지 대충 수긍이 간다. 한국 판사는 전능한 판룡인 대우를 받아서 책상머리 법 공부를 제외한 자기개발을 할 유인이 전혀 없다. 검사도 조직문화만 감내하면 어딜 가든 갑이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생 공공에서 갑으로 살아온, 흡사 좃선시대 과거합격 양반들이 민간경제의 ㅁ자는 알까. 일례로 홍준표가 유시민이랑 토론 프로그램 나와서 개소리 지껄이다가 쉽게 논파되는 걸 들을 때 정말이지.. 도대체 저 놈은 베네수엘라와 게슈타포, 종북좌파, 민생폭망처럼 쓸데없이 자극적인 워딩 외에 머리에 든 게 없는 걸까.. 내 귀와 한국 보수가 더불어 썩는 느낌이 들었다. 18년 초엔가 나경원과 휘하 의원들이 림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쳐발린 것도 마찬가지다.
저 꼴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로스쿨이 필수적이다. 나는 10~20년 후에도 국회가 법조인 비중이 클 거라고 보는데 그때는 그나마 공학, 경제학, 경영학 마인드를 탑재한 로스쿨 출신들도 금뱃지를 달테니까.
그런데 '정당한 노력'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조선게들에게, 사회효용이니 유인구조니 하는 대승적인 관점이 와닿긴 할까. 초고도의 부가가치를 창조해 막대한 외국인 투자를 끌어낸 짜왕튜브와 그 가족은 근본없는 꿀빨러니까 망해야 하고, 가치 창출이 아닌 입신양명을 위해 피 터지게 공부한 내 인생은 흥해야 한다는 단세포 심보인데. 시장경제의 근본철학을 이해하리라 기대하는 게 미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험 지대 추구자들이 자유, 우파를 자처하는 걸 보면 가소로워서 웃음이 난다. 정작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은 로스쿨 체제이고, 선진국 중 관치+좀비경제 일본만 여전히 고시제도를 운용한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사다리 타령을 하는 자에게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자본이 자본을 불리는 추세는 모든 분야에 보편적인 현상인데 왜 법조계만 거기서 완전히 자유로워야 하지? 둘째, 왜 경제 파이를 불리는 능력과 하등 무관한 어려운 사법고시 한방 잘쳐서 온실 속에 처박히는 걸 정의라고 지껄이는 거지?
* 사실 로스쿨도 정원 제한과 각종 진입장벽 때문에 타 분야 전문가 출신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본 취지를 아주 살리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 출신이 아닌 학부 출신 중에서만 선발하니까.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건 방통로 공약이 아주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얘네도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일을 가끔은 하는구나.
** 참고로 로스쿨은 소득분위가 낮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충분히 준다. 저소득층은 정량평가 준비가 힘들어서 로스쿨에 못들어간다면 몰라도, 학비부담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는 말은 개헛소리다.
*** 로스쿨 입시에 쓰인 자기소개서는 주기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 그러니 법조인 친인척 음서제라는 비판은 심각하게 과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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