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계 네임드들이 의대 찬양 여론을 조장하는 것 같다(2023.01.)
일전에 메가스터디 대표가 한국 저출산 때문에 대부분의 진로가 몰락할 것이며 생존전략을 잘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한 게 이슈가 되었다. 내용 자체는 나름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저런 소리도 결국 사교육 큰손의 이해에 의해서 내놓는 레토릭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출생아수가 감소하면 결국 사교육 잠재고객도 감소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쪼그라드는 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플레이어들이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든가 어떤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쇠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와 똑같은 비판의식을 의무새의 정체를 해부하는 데에도 접목할 수 있다. 의무새 현상의 시작 자체는 누가 의도했다기보다 국내 시장경제의 모순이 누적되어 폭발적으로 분출한 데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밈을 창조하는 건 어려워도 한번 생긴 밈에 적절히 편승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만드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수능 응시자 중 N수생 비율이 근 20년 중 역대급으로 높으며(물론 대학 정원 대비 현역의 수가 적으니 블루오션이 생긴 영향도 크다), 이들 대부분은 의대 치대 한의대를 목표로 한다. 그러니 난만한과 같은 오르비, 포만한 네임드들이 기를 쓰고 의대 찬양 논리를 만들어내는 게 마냥 순수한 신념에서 우러러나오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에 따르면 타 학문을 하고 싶더라도 일단 의대에 가서 서브로 공부를 하면 된다. 코딩을 하고 싶어도 일단 의대에 가서 남는 시간 짜내서 하면 된다. 기업에 가고 싶어도 의대 나와서 들어가면 된다. 창업을 하고 싶어도 토스 이승건처럼 라이센스 따놓고 하면 된다. 양다리를 걸치기 위해 어떤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진짜 저렇게 이행하는 의지를 보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는 당연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더욱 가관인 건 의사가 2020년대에 유일하게 남은 신분상승의 사다리이기 때문에 이를 개혁하는 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프로파간다이다. 사법시험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올려치던 국내 우파 조무사들의 뒤틀린 가치관을 적절히 이용한 셈이다. 이에 더하여, 의대 정시 입학점수 꼴찌가 삼룡의 이상급은 0.4~0.5% 이내에 들며 지잡들도 1%는 되고, 의사가 되기 전까지 노오력을 하기 때문에 하방소득 월천 월이천이 정당화가 된다는 점수가치설 노동가치설이 있다.
반어적이게도 이들의 의대 찬양이 사교육업계의 수명을 앞당길 것 같다. 그들은 많은 집단을 적으로 돌리고, 그 적들이 실비보험 삭감이나 의사 증원 등의 목소리를 적극 낼 유인을 제공하며, 그렇게 조성된 여론의 탄력을 받은 선출직들이 의료시장 밸런스 패칭을 부를 개연성이 높다. 그 서울법대와 사법시험을 작살내고 공무원 초과근무 수당 부정수급과 공무원연금을 개혁한 역사처럼. 노량진 공시촌은 여전히 문전성시이지만, 최소한 공무원에게만 편리한 방향의 개선(군대식 직장문화 개선 등)은 다수 국민의 반감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도 과잉공급된 공무원들이 실체도 없는 일에 신체와 정신을 소모하고 있다.
웃기는 사실은 막상 의대, 의사 당사자들이 직접 나선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온라인에서 설치는 집단은 앞서 말한 사교육계 네임드이거나, 이공계 최상위권 중 의대 미련이 큰 사람 등등인 게 대강 보인다. 현재 개혁을 요구받는 집단 당사자들이 말을 잘못해서 매를 번 것은 거의 없지만 다른 집단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를 않아서 적이 생긴 데 가깝다. 잘못이 있다면 의협의 입장을 너무 신뢰한다는 점 아닐까. 의협의 주장에 경제학자들도, 행정 관료들도 갸우뚱하는 마당에.
하지만 그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점과 무관하게, 한번 이목이 쏠린 이상 아무런 변화의 칼도 대지 않고 지나가기는 요원해 보인다. 마리 앙뚜아네뜨도 과자를 먹으라는 비아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주식이 예금보다 돈을 잘버는 게 당연하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없는 사회는 반드시 밸런스 조정에 들어가거나 쇠락한다. 그러니 선량함 여부와 별개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의무새 현상을 알아버린 이상 의무새 현상 자체가 거품이라는 결론이 나든 개혁이든 개악이든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그래서 의무새의 추악함과 별개로 결과는 정의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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