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창당 시 민주당 과반 실패 예상(23.11.3.)

 만약 이준석이 신당 창당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의외로 과반 의석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다. 후보가 1명씩만 나오는 대통령 선거는 분열되지 않은 쪽이 무조건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데다 수백 명의 후보를 잡읍 없이 운영해야 하는 총선은 분열된 진영이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야권 분열을 이용하지 못하고 123석에 그친 것도 몇 가지 주요 요인을 들 수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로 180석, 200석까지 노릴 수 있다고 낙관하며 여당 주류들이 비주류 김무성, 유승민을 내치려 했다. 선거 승리가 어차피 결정되어 있다면 당내 정적들을 축출해야 차기 국회 출범 후에 원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 파동이 터지기 십상이다. 또다른 예로 2008년 총선에서도 범보수가 202석을 얻었으나 한나라당은 153석이 그쳤으며 친이계는 그보다 더 적었다.

둘째로 분열로 인해 절박해진 쪽은 지도부도 유권자도 의석 방어를 위해 온힘을 다하는 반면, 어부지리를 누릴 쪽은 지도부가 방만해지고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기 십상이다. 당장 나만 해도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투표했는데, 새누리당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을 싫어하던 유권자들이 대거 국민의당으로 이탈했다. 그리고 당시 김종인 지도부는 가급적 당색을 빼고 수도권을 얻기 위해 집중한 반면 새누리당은 그런 노력이 미비했다.

2023년 현재는 저때에 비해 훨씬 정치 양극화, 달리 말해 덜 비호감 선거가 심해졌다. 윤석열의 정책이 싫어서 민주당에 견제표를 보내던 사람들은 보수가 분열한다면 투표를 대거 포기하거나 이준석 신당에 투표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이준석이 신당을 창당할 때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빼올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이재명 구속영장 국회 가결 때 민주당에서 가결표가 40표는 나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어차피 당 주류와 비주류 간 공천 갈등은 터질 예정이었지만 구속영장 국회 통과로 인해 그 갈등이 극대화되었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이들을 내치지 않기가 어렵고 비명 의원들도 선제적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국회의원 임기가 4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현역 의원 프리미엄이 꽤나 강하다.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대선 득표율은 생각보다 안 높은데도 총선 득표율은 그에 비해 높게 나오는 원인 중 하나가 십수년 간 수도권을 장악하던 관성 때문에 유권자가 믿고 찍는 경향이라고 본다. 그런 수도권 의석을 대거 차지하던 비명계 의원들이 20명 이상 이탈한다면 수도권 투표 지형에 꽤나 큰 파동을 불러오리라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준석이 신당 창당을 '성공적으로' 할 때에 한하는 얘기다. 만약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빠르게 사그라든다면,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 때문에 신당의 지지세가 국민의힘으로 상당히 돌아갈 것이다. 또한 한국은 양당의 아성이 오랜 기간 지속했기 때문에 언론, 유력 스피커, 집토끼 등등의 파워 때문에 3당의 지지율은 창당 이후 우하향하는 패턴이 반복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의원들을 빼온 후 통일된 아젠다를 제시하며 현재의 열렬한 지지세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친문, 소장파 없는 민주당'과 '이준석, 유승민 없는 국민의힘'의 지분을 상당히 뺏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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