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투표율 50%대 후반을 예상하는 이유(23.9.10.)
20년 총선 투표율 66%는 근 7번의 총선 중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이 얻은 압도적인 득표율과 의석과도 관련성이 크다.
국내에서 거의 정설로 여겨지는 것이 투표율이 낮으면 거의 무조건 보수정당이 이기는 반면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대체로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경험칙이다. 이는 보수정당의 지지기반인 장년층 이상은 일관되게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반면, 청중년층는 민주당에 대한 감정에 따라 매번 투표율이 요동쳐왔기 때문이다.
가령 20년 총선에는 코로나여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겠다 비교적 차악으로 여겨왔고 재난지원금까지 주는 민주당을 찍으러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뜻 없으면 민주당이 무난해 보이는 마지막 시기였다. 반면 22년 지방선거와 08년 총선에는 민주당의 이미지가 닳으면서 청중년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다. 21년 재보궐선거는 보궐선거임에도 민주당의 폭주를 심판하려는 청중년층이 나름 많이들 투표했다(물론 투표율을 견인한 건 노인이었다). 16년 총선에서는 야당들의 건전한 경쟁과 정권견제론이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04년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이 청중년층을 정권 지지로 이끌었다.
예시 목록에서 대선은 제외한 이유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저관심층도 투표장으로 이끌어서 전체 투표율도 타 선거 대비 높을뿐더러 청중년층의 투표율이 덜 요동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이미지는 여전히 닳아 있고 국민의힘은 작년 재작년에 비해 비토층이 상당히 늘어난 상태이다. 그래서 20년 총선처럼 단순히 일이 없어서 심심하거나 어느 당에 호감을 느껴서 투표할 선거도 아니거니와, 21년 재보궐선거와 16년 총선과 04년 총선처럼 선악구도가 자리잡힌 선거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구도로만 따지면 비호감 대선이라 불리던 22년 대선의 연장전이다. 투표율이 60%를 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투표율이 50%대 후반에 육박하리라고 보는 첫번째 이유가 사전투표제이다.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래로 꾸준히 사전투표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원래 청중년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본투표일에 예상치 못한 급한 일정이 잡히는 것이었다.
두번째 이유가 야당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권견제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악구도가 명확히 잡히던 16년 총선, 04년 총선이 각각 투표율이 58%대와 60%대였는데, 이때는 앞서 말한 사전투표 비중이 지금처럼 높은 시기가 아니었다. 그러니 민주당의 이미지가 16년, 04년보다 나쁨에도 불구하고 정권 견제 심리와 사전투표제가 청중년층을 투표장으로 이끌 거라고 생각한다.
종합하면 저물가에 기반한 퍼주기 경쟁도 더 이상 쓸 수 없고 코로나처럼 심심한 시기도 아니기 때문에 투표율이 아주 높기는 어렵겠지만, 현 정권이 튀는 짓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는 청중년층의 사전투표율이 꽤나 높을 것 같다. 저관심층이 민주당에 몰표하는 20년 총선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평년도 수준의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여 또다시 여소야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