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의 도덕주의

  논리적 오류의 유형 중에 '자연주의의 오류'는 꽤 널리 알려진 편이다. 자연주의란 "있기 때문에 옳다"로, 인공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 때의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자연주의의 오류가 널리 알려짐을 계기로 저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자연주의의 반대쪽 극단인 도덕주의의 오류는 덜 알려진 편이다. 도덕주의란 "옳기 때문에 실제 현상도 그렇다"이다. 대표적으로 성평등이 옳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생래적 두뇌 구조 차이가 절대로 존재하지 않아야 하며 실제로도 그렇다는 확증편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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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능의 역설'이라는 책에서도 언급된다. 지능의 역설은 서두에서 2차대전 이후 선천적 요소에 의한 우월/열등 담론에 대한 터부시가 강해지면서 그 끝판왕인 지능에 대한 연구가 금기시됨을 지적한다. 덧붙여, 보통은 자연주의는 보수의 부분집합에 가깝고 도덕주의는 진보의 부분집합에 가까운데 진보와 도덕주의의 관계가 보다 끈끈함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학계의 눈총 속에서 책을 펴내기 위해 연구를 이어나간 집필진의 노고를 찬사했고 자기들이 이 책에서 고지능이 번식, 즉 자신들의 생각하는 인간 개체의 인생 최종목표에 방해가 됨을 논증하겠다고 예고했다. 깨놓고 말해서 자기들도 PC 권력에 부분적으로 굴복했음을 자백한 것이다.

우선 이들은 미국 민주당 지지층이 공화당 지지층보다 지능이 높다는 내용으로 한 단원을 이뤘고, 동성애자가 나머지 집단보다 지능이 높다는 내용으로 한 단원을 이뤘고, 지능이 낮은 남자일수록 포르노에 나오는 여배우와 현실 여자들이 비슷할 거라 믿는다는 내용으로 한 단원을 이뤘고, 마지막 단원쯤에서 고지능자가 출산을 꺼림으로써 유전자 복제에 실패하는 비율이 높다는 결론을 내며 지능이 곧 인간의 가치는 아님을 피력했다. 이것만 모아 보면 PC 권력에 아부함으로써 지능 연구를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언급하지 않은 다른 단원들은 비교적 이념중립적이다.

지능의 역설 얘기가 다소 길어졌는데, 도덕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와 연구결과는 사회과학계 전반에서 검열당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에 안 드는 학설은 죄다 쳐내고 남아있는 내용만 보면 당연히 이 사회에 온갖(인종이나 학력 등) 차별이 실존하고 있으며 남자가 더 잘해야 하고 남자가 더 더 거세되어야 한다는 결론밖에 없을 것이다. 체리피킹도 이런 구조적 체리피킹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커뮤에서 회자되던 '북유럽 성평등의 역설'에서 상식적인 영국 학자와 다르게 도덕주의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북유럽 사회과학자의 언행이 이제는 이해가 될 것이다.

저런 양상은 비전문가가 봐도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종종 일반인이 사회과학 류의 논문을 읽어 보고 "왜 이런 논리 흐름이 필연인 것처럼 썼을까"라고 의문을 품는 게 매우 타당하다. 다만 '싸함'만 가지고 사회과학계의 권위를 깰 수가 없으니까 건드리지 못할 뿐이다. x피아, 카르텔이라는 딱지는 온갖 전문가 단체에 한번씩 붙게 마련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피아가 제일 공고히 형성되어 있지 않은가 싶다. 그들은 논리실증의 엄밀함에 비해 과도한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념에 경도되어 원하는 결론으로 끼워맞추는 게 어느 정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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